2017년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음식점에서 목사님과 사역자분들과 함께 식사를 마친 후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한 전도사님이 "정현이가 초등부를 맡아보면 어때요?" 라고 목사님이 계신 앞에서 의견을 냈고, 목사님께서 또 흔쾌히 "그래, 정현이가 해봐도 좋겠네"' 라고 하셨다. 그것이 내가 더빛교회에서 초등부를 맡게 된 시작이다. (이상하게 그 장면은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 장소와 분위기까지. 나는 얼떨결에 "아, 네.. 해보겠습니다" 라고 주저하면서도 수락했던 것까지-) 그렇게 초등부 아이들과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좌충우돌 속에서 5년의 시간이 흘러흘러 왔다. 그동안 하나님은 더빛기독학교를 통해, 또 여러 선생님들과 사역자분들을 통해 아이들 안에 놀랍도록 많은 일을 행하셨다. 날마다 큐티하고 기도하며 성령을 받은 친구들, 성령을 받고 삭개오와 같이 자기가 모은 간식을 나누어준 친구, 온 세계 선교와 순교를 꿈꾸고 고백하는 아이들, 테필린을 통해 말씀으로 생각하고 말씀에서 답을 찾아가는 아이들까지.. 정말 ‘하나님이 키우시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우리 아이들을 보면 절로 든다.
그 5년의 시간 속에서 내가 기여했다 할만한 것들이 있었을까? 나는 솔직히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타이틀이야 ‘초등부 담당 전도사’ 이지만, 사실 나는 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이 있다. ‘다음세대, 다음세대’ 말은 많이하고 중요한 줄 알지만, 정작 나는 초등부 담당 전도사임에도 불구하고 내 삶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다음세대 아이들을 세워가는 일에 할애하지 못했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과 만나고 아이들을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는 것은 내 일과 속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늘 밀려났다. 그러다가 주일에 아이들을 만나면 늘 내 마음 속에는 죄책감이 남았고, ‘아,, 더 준비할걸.. 더 신경쓸걸.. 한 명이라도 더 만나볼껄..’ 하는 아쉬움이 한번도 떠나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는 ‘과연 내가 초등부에 맞을까?’, ‘더 좋은 사역자분들이 많은데.. 여기까지 하고 다른 일에 집중할까..’ 라고 생각하면서 한 발 두 발 뒤로 물러가려 했던 마음도 점점 커져갔다.
그러던 중, 동네에 있는 한 초등학교 앞으로 전도를 나가게 되었다. 특별한 의미나 거창한 계획을 붙잡고 나간 것은 아니고, 하나님께서 초등부 아이들을 통해 하시는 일들을 보게 되면서 "하나님의 관심이 초등부에 있다" 는 목사님의 말이 내 마음에 남았다. ‘그래, 그러면 이런저런 나의 부정적인 생각들을 멈추고 주님의 뜻에 나를 드려보자!’ 생각이 들었고, 마침 큐티본문이 에스더 말씀이어서 말씀을 붙잡고 기도하며 하나님 앞에 결단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간 학교 앞 아이들 전도. 낯선 세상 아이들과의 첫 만남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세상의 때가 잔뜩 묻어있어 복음에 대해, 교회에 대해 거부감이 클 것으로 생각했던 나의 생각과 전제들이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을 전도를 나간 그 날 바로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너무 귀엽고 순수했고,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비록 온전한 복음을 전하지는 못했지만 한 번의 열린방 모임을 통해 아이들은 생각보다 ‘열려있다는 것’ 을 알게 되었다. 이 나이 때는 예수님에 대해, 복음에 대해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나서 한 주만에 복음을 전할 길이 닫혔다. 세상의 거센 복음에 대한 저항 속에서 아이들에게 직접 다가갈 길이 쉽게 열리기는 앞으로도 쉽지 않아 보였다. 참 가슴도 아프고,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현실의 벽을 깊이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낙심도 되고, 한편으로 화도 나고, 억울함도 밀려왔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감정들은 점점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사그라들지 않고 내 안에서 조금씩 커져가는 한 가지가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이번 사건을 통해 보여주신 ‘다음세대에 대한 주님의 마음’ 인 것 같다. 내 안에 있는 마음이 ‘주님의 마음’ 이라고 감히 말해도 될지는 사실 잘 모르겠으나.. 잠깐 만났던 아이들의 그 순수함과 그 아이들중 대부분이 교회를 다니지 않고 복음을 모른다는 사실, 그리고 부모세대가 대부분 교회에 대한 안좋은 시각이 있기 때문에 교회도 대부분 안나갈 뿐더러 아이들이 교회에 나오는 것을 막고 있는 현실.. 그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의 뜻이 내 마음에 남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마침 교회학교주일공과교재 진도가 그 주부터 “출애굽기” 말씀으로 시작해서 “모세를 부르시고 보내시는 장면” 으로 2주간 아이들에게 말씀을 전하게 되면서 더 그 마음이 하나님이 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높은 세상의 장벽 앞에 무력감도 느끼지만, 그것은 잠깐일 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어떻게 이 장벽을 무너뜨리고 넘어갈까 고민하고 기도하게 된다. 이집트 안에서 바로의 학대 아래 신음하고 고통하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의 소리를 들으시고 모세를 부르신 주님께서 오늘 우리를, 더빛교회를,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부르고 계신 것은 아닐까. 그것을 위해 이번 수양회 때 성령의 불을 던져주시지 않을까. 모세도 떨기나무에 찾아오신 하나님을 먼저 만난 후에 부름받은 것처럼 오늘 우리도 그 불이 먼저 임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또 다시 사소한 일들로 마음이 위축되고 작아지는 것을 반복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지난 주 한가지 더 결단을 하게 되었다.
‘아, 이번에 김권능 목사님 교회로 우리 아이들이 가서 탈북민 가정들을 만나고 아이들과 교제한다고 했었지? 나도 거기 따라가봐야겠다! 거기 있는 아이들도 너무 중요한 다음세대고, 복음통일을 이루어가는 주역들일텐데, 닫혀있는 저 문만 바라보며 낙심하지 말고 하나님께서 또 어떤 일을 하실지 기대하며 따라가보자! 왜 내가 저 일은 나와 상관없다고만 생각하고 있었을까..?’
그래서 뒤늦게 이 팀에 합류하게 되었고, 아이들을 만날 준비를 함께 하게 되었다. 두 교회가 처음 만나는 것임만큼 아이스브레이킹, 레크레이션이 중요할것 같아서 교사분들과 함께 비록 늦게 시작했지만 최선을 다해 기도하며 준비했다. 한번으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라, 계속해서 교류하며 진짜 복음통일의 주역들로 세워질, 동역할 두 교회의 다음세대를 꿈꾸며.
어제 주일예배를 마치고 다녀왔고, 다녀온 소감을 한 마디로 하자면.. “아이들이 너무 순수하고 귀엽다!”
지난 학교 앞 전도에서 느낀 것과 동일한 것이었다. 게임을 통해 친해진 두 교회 아이들은 어느새 서로 이름을 부르며 함께 어울리고 있었고, 우리 아이들이 만든 ‘물방울’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어떻게 이렇게 연기를 잘해요? 저도 다음에 함께 하고 싶어요’, ‘저는 북한말을 잘하니까 북한아이로 출연할래요!’ 라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 중 한 10살 남자아이는 영화를 다 보고 간식먹기 전 기도할 때, “주님, 제가 앞으로 북한을 잊지 않고 생각하며 도우려는 마음을 갖겠습니다" 라고 기도해 모두가 깜짝놀라기도 했다. (인천한나라은혜교회 다음세대 친구들은 대부분 남한에서 태어났고 친척들이 북한에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나는 레크레이션을 인도했다. 사실 가기 전부터 긴장도 많이 되었고, 어색한 분위기로 가면 어쩌나 하는 나만의 염려가 컸다. 그리고 아무리 분위기가 좋다 해도 항상 끝나면 긴장이 풀어지고 몸에 피로감이 오고 쉬고 싶은 생각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데, 어제는 돌아오는 길에 오히려 힘이 났다. 이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더 해주고 싶고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테필린 캠프를 해볼까. 그러면 너무 좋아할것 같은데..’, ‘여름성경학교를 같이 해보면 정말 좋겠다’ , ‘이런 아이들이 전국에 얼마나 많을까. 우리 교회에 주신 귀한 것들을 나누어 주면서 함께 통일을 준비할 다음세대로 커가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에도 하나님께서 또 하나 보여주신 것 같았다. 탈북민 가정과 그 아이들. 이 아이들이야말로 통일 후에 진짜 북한에 들어가서 북한 사람들과 만나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아이들이다. 또 이들을 키우는 이 교회와 탈북민 1세대 가정이 세워지고 준비되는 것이 진짜 복음통일을 위한 가장 실질적인 준비일 것 같다.
우리교회를 벗어나 조금 밖으로 나가보니, 또 다른 많은 것들을 보게 된다. 우리 교회에 주신 것들도 오히려 더 귀하게 보이고, 그것을 세상에 나누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여전히 세상의 장벽 앞에 준비되지 않은 나의 모습도 많이 보인다. 두려워지고 위축되는 나의 약함도 함께 말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시대 ‘다음세대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 인 것 같다. 주님은 우리에게 그것을 알려주고 싶으신 것 같다. (특별히 5년동안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마음으로 초등부 사역을 해 온 나에게..) 그것을 더 크게 붙잡고 "주여 내가 여기 있습니다 나를 써주소서" 라고 주님 앞에 고백할 때 주님은 그에 합당한 모든 능력과 지혜, 물질을 더해 주실 줄 믿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수양회를 통해 강력한 ‘성령세례와 성령의 충만함’을 구한다. 복음을 증거하기 위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엡6:19 또 나를 위하여 구할 것은 내게 말씀을 주사 나로 입을 열어 복음의 비밀을 담대히 알리게 하옵소서 할 것이니
수14:12
그 날에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이 산지를 지금 내게 주소서 당신도 그 날에 들으셨거니와 그 곳에는 아낙 사람이 있고 그 성읍들은 크고 견고할지라도 여호와께서 나와 함께 하시면 내가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들을 쫓아내리이다 하니
행1:8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은 금방 하나가 되어 가까워지더라구요~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며 탈북민 성도들도 흐믓하게 바라보시고 나중에 교제할 때도 더욱 마음을 열고 나누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레크레이션 준비해주신 전도사님과 청년분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복음 통일을 준비하는 다음세대가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아멘!!